솔직히 나이가 들어서 아이를 낳기란 쉬운 일이 아니였다. 점점 변하고 있는 내 몸 맛있는 것을 아이를 위해 먹을 수 있다는 것은 좋았지만, 무거운 몸을 회복하기까지 이 음식의 도움을 못 받았다면 지금 이 글도 못쓰고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미역의 역사와 영양 효능까지 함께 이야기하려 한다.
미역의 역사
가정신앙서 산모가 아이를 낳거나 삼신고사를 지낼 때 주로 사용하는 제물이라 하고 감각 또는 해채라고도 한다. 미역은 신석기시대에 해안가를 중심으로 섭취한 것으로 여겨진다. 불교 전래 이후 살생금지 사상과 함께 육류의 섭취금지와 맞물려서 미역의 수요는 증가되었다. 육류가 배제된 식품을 소선이라고 한다. 소선은 해초, 곡류, 채소가 중심재료가 되어 몸을 청정하게 하기 위한 불교 정진음식의 하나이다. 백제 무령왕 때 교류가 빈번한 중국 남조의 양나라 무제는 재위 10(511)년에 술과 육류를 금하는 법령을 공포함과 국가의 모든 제사에 동물을 죽여 바치는 것을 못하게 하였다. 이때 우란분재를 백과와 채소를 재료로 해 거행한 일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침류와 이후 왕실의 비호 아래 상당한 수준까지 발전해 있는 백제 왕실에서 양나라의 문물을 모범으로 해 배우고자 하는 열망이 있었기에 당연히 해초를 포함한 채소와 백과를 사용한 우란분재를 받아들여 거행한 것으로 보인다. 대신 확실한 기록은 남아있지 않다. 백제가 살생을 금지한 시기는 599년이다. 예치주의를 표방해 유교를 국교로 채택한 조선왕조에서도 여전히 고려왕조의 불교음식 문화가 남아있었다. 총 12종 중 6종이 해채류이다. 이 가운데 3종이 미역이다. 고려왕조에 이여서 조선왕조에 걸쳐서 근 1000년 동안 소물을 담당한 의영고에서 취급하던 식자재를 통해 미역 섭취의 면면한 역사를 가늠케 한다. 품질이 보통 미역인 상곽, 일찍 따서 말린 조곽, 품질이 좋은 미역인 분곽은 산모의 식이요법을 위한 식재료가 되기도 하였다. 왕세자나 왕자에게 젖을 먹이는 유모가 먹는 식자재에 미역이 포함된다는 점에서 궁궐에서도 아이 양육에 미역은 빠질 수 없는 식자재였음을 나타내 준다. 미역이 왕실에서 산모의 식이재료로 고대 때부터 채택된 이유는 번열(가슴이 답답하고 괴로운 증세)을 내리고 결기(뭉친 것)를 다스리며 수도(소변배설)에 좋다고 하는 미역에 대한 양생관에서 찾을 수 있다. 미역은 젖이 뭉치지 않게 하고 소변 배설을 도움으로써 산모의 젖은 잘 나오고, 부기는 빠지는 식품이 되어 산모에게 분명 좋은 음식이다. 일반적으로 3월에 수확하고, 갓 딴 미역을 데쳐서 식히면 초록색을 그대로 보존하는 동시에 미생물의 번식을 막아 더 오래 보관이 가능하다. 일본에서는 수확철이 되면 신선한 미역을 파는데, 상점이나 시장에 가면 소금으로 덮인 울퉁불퉁한 미역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광경을 흔히 볼 수 있다. 말린 미역은 여러 나라에서 널리 구할 수 있다. 말리면 잿빛이 도는 녹색이 되지만 찬물에 담가 놓으면 마치 마술처럼 그 생생한 초록색이 되살아난다. 미역의 종류로는 기장미역, 진도 돌미역, 완도미역 등이 있는데, 완도미역이 우리나라 생산량에 90%를 차지한다.
영양 및 효능
미역의 칼로리는 적고 비타민과 무기질이 풍부한 알칼리성 식품으로 일반 채소보다 영양소 함유량이 우수해 '바다의 채소'라 불린다. 미역은 산모나 여성에게 좋다. 요오드 성분이 많아 출산 시 산모의 잃어버린 혈액을 보충해 주며, 여성이 생리할 때 부족해진 철분을 보완하기도 한다. 포유류인 고래도 새끼를 낳은 뒤에 미역을 뜯어먹는다고 한다. 정말 놀랍다. 말린 미역은 단백질 함량이 약 20% 정도 많고 지방 1%, 탄수화물 35%이 함유되어 있다. 특히 칼슘함량이 많으며 그 양은 같은 양의 분유에 맞먹는다. 철 또한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으며 요오드를 다량 함유한다. 신진대사가 왕성한 임산부에게는 평소보다 많은 요오드가 필요하다 요오드의 공급이 부족하면 신진대가 완만해져 비만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옛날부터 산후에 미역국을 먹어왔다는 것은 매우 과학적인 식생활을 한 것이다. 칼슘이 풍부해서 뼈를 튼튼하게 해 주며 저열량, 저지방 식품으로 다이어트에도 좋고, 식이 섬유소가 풍부해서 포만감을 주며, 장운동을 도와서 변비를 예방한다. 미역의 미끈한 점전물은 알긴산이라는 것인데 알긴산은 미세 먼지 속 중금속 등을 흡착해 몸 밖으로 배출하는 기능이 있고 미세먼지로 인한 독성을 해독하는 데도 많은 도움이 된다고 한다. 또 미역과 다시마 속에 들어 있는 염기성 아미노산인 라미닌은 혈압을 내리는 작용이 있다고 보고되었다. 한방에서 찬 성질의 두부와 따뜻한 성질의 해조류는 잘 어울린다. 또한 콩의 사포닌 성분은 물과 기름에 잘 녹는 성질이 있어 해조류를 더욱 부드럽게 만들고 지방분을 쉽게 흡수한다. 대신 파와 함께 먹으면 알긴산이 풍부해 흡착력이 떨어져 해독작용이 줄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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